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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부끄러운 민낯 드러낸 언론

2014.12.21 | 조회수 904 키워드 | 2014 청소년기자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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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부끄러운 민낯 드러낸 언론

 

(2014 청소년기자대상 = 최예원 기자) 지난 4월 16일 수요일, 있을 수 없었던, 그리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전라남도 진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의 침몰. 하나씩 드러나는 실체들에 국민들은 경악할 뿐이고, 비극은 여전히 도마 위에 올라있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 언론의 문제점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방송사들은 서로 ‘특종’-이른바 타 방송사에서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정보-를 캐내기 위해 경쟁했고, 이들은 경쟁 속에 무자비했다. 남들보다 빨리 구조 현장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는 간판을 내세우고 좀 더 새로운, 그리고 자극적인 내용만을 갈망했다.

 

 

▲ 보험금을 계산해 보도한 장면, MBC

 

  생존 학생들에게 ‘친구들이 죽은 것을 아느냐’라는 질문을 던진 JTBC와 ‘아저씨라 생각하고 편하게 말해라’라며 방금 막 구조된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강행한 YTN, 그리고 6살 아이에게 ‘부모님은 어디 계시느냐’라 물으며 울음을 터뜨리게 한 SBS까지. 오로지 단독 인터뷰를 잡기 위해 생존자들에 대한 배려는 잊혀졌다. 과연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못할만한 상황이었나. 심지어 피해자들의 보험금을 직접 계산하여 보도한 MBC의 모습은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속보만을 중시하다 보니 오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안 돼 있었던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는 물론이고, ‘시신이 다수 엉켜있다’는 등의 자극적인 언어와 불명확한 내용으로 시청자를 혼동케 했다. 특히 민간 잠수부로 사칭해 인터뷰를 진행했던 일명 ‘홍가혜 사건’은 기본적인 확인조차 없었던 언론을 비판하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야기들은 좀 더 비극적으로 과장되기 일쑤다. 가족들 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은 스스럼없이 기사화되어 떠돌아다녔으며, 개인적인 경제 사정까지 들추어 가며 보는 이들의 동정을 유발하려 애쓴다. 요컨대, 가슴 아픈 사연들을 ‘상품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일반인 희생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중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학생들의 소식을 강조하다 보니 일반인들의 피해는 관심 밖이다.

 

  좀 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려 노력하고, 대중들의 클릭 수에만 의지하는 언론의 현주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무엇보다도 언론의 자괴감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다. 그것이 단순한 오보여서가 아니다. 거기에는 신문·방송의 비뚤어진 경쟁의식, 선정주의, 무책임 따위의 온갖 부정적 요소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기 때문이다.”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가 벌어진 1993년 10월 17일 한겨레 기사문의 한 대목이다. 한국 언론은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나아진 것 없이 여전히 같은 문제를 앓고 있다.

 

  기본적인 것마저 지켜지지 않는 언론에 더는 무엇을 기대하고 바랄 수 있으랴. 국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간다. 땅바닥까지 추락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다시는 이러한 미숙한 점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무작정 ‘빨리’ 만을 외치고 달려가는 것이 아닌, 정확하고 알찬 정보를 바란다.